Thursday, 10 May 2018

서울 드랙 퍼레이드의 취지와 목표에 대한 조직위의 입장.

서울 드랙 퍼레이드의 취지와 목표에 대한 조직위의 입장.

우선 짧은 준비기간과 홍보기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금전적, 정신적 지원과 성원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리고 싶습니다. 퍼레이드가 17일 남은 현재 상황에서 시간과 예산 면에서 조금은 촉박하고 타이트한 감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행사 준비 계획들이 순조로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퍼레이드를 기대하고 계실 많은 분들과 도움주신 감사한 분들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고작 2개월 전에 막연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준비를 시작하여 올 해 처음으로 진행될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응원과 도움을 받고 있음에 저의 조직위원회와 참여 아티스트들은 들뜬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하지만 '드랙'이라는 것이 가지는 특성과 이와 관련한 다양한 논란들 때문에, 선뜻 참여의사나 도움을 저희에게 전달하지 못하고 조심스레 "이 행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 될 것인가" 지켜만 보고 계시거나 "페미니스트와 트랜스젠더 및 다양한 그룹의 사람들이 결코 좋아하지 않을 행사다" 하는 생각에 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계신 개인 및 단체들이 많다는 점 또한 알고 있습니다. 이에, 짧게나마 글을 적어 서울 드랙 퍼레이드의 취지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저희 조직위의 입장을 표명하고자 합니다.

서울 드랙 퍼레이드는 TV쇼인 루폴의 드랙 레이스(RuPaul's Drag Race)나 밤 문화로서의 드랙쇼를 거리로 그대로 옮겨오고자 하는 의도는 추호도 없이 기획이 시작 된 행사입니다. 루폴을 비롯한 많은 쇼 비지니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드랙 아티스트들이 LGBTQIA+ 커뮤니티의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성숙하지 못한 언행과 이기적임과 무지에서 비롯된 무례한 행동들을 일삼고 있다는 점을 조직위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술과 클럽 문화의 중심에서 재미 위주의 드랙쇼들이 많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익히 알고 있습니다. 서울 드랙 퍼레이드의 이름을 걸고 저희 조직위와 행사 참여 아티스트들이 거리에 나설 때, 앞서 언급된 부분의 드랙 문화는 절대적으로 지양될 것입니다.

본 퍼레이드의 조직위원장이자 설립자인 히지 양(Heezy Yang)은 퀴어 본인으로서,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작품을 통해 목소리를 높이고 시위들과 학회들에 참여하며 성소수자들을 위한 인식변화와 기금마련을 목표로 한 다양한 행사를 주최해온 사람입니다. 그는 드랙 및 다양한 형태의 무대 공연과 파티플래닝 또한 병행 해 오고 있지만, 그의 다양한 활동의 코어(중심)에는 늘 정의를 위한 숭고한 싸움에 대한 의지가 자리하여 있습니다. 서울 드랙 퍼레이드가 드랙이라는 컨셉(아이디어)에 있어 관련해 초첨을 맞추는 부분은 첫째, 성소수자에 의한, 성소수자를 위한 수십년 이상 지속되어온 싸움에 항상 함께 해 온 성소수자 역사 속 드랙의 존재입니다. 성소수자 문화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역사를 함께 해 온 드랙이라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여 그것이 잊혀지지 않게 하는 것이 이 행사의 첫째 목표입니다. 둘째는, 성소수자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한 개인이 본인의 생각과 스타일, 정체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참된 모습을 표출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의 드랙의 중요성입니다. 드랙은 단순히 여장, 혹은 남장이 아닐 뿐더러 트랜스젠더를 마킹(mocking)하는 가벼운 재밋거리는 더욱 아닙니다. 사회가 제시하는 보수적인 성 역할과 스테레오 타입의 문턱을 넘어 의상과 메이크업을 통해, 나아가서는 사상과 행동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 그것이 바로 저희 조직위가 정의하는, 그리고 추구하는 드랙상입니다.

이러한 조직위의 취지와 목표가 단순히 "드랙"이라는 단어와 그것이 불러오는 일반적인 이미지, 논란들에 묻혀 서울 드랙 퍼레이드가 그간 준비기간 동안에 폄하되거나 일부 개인이나 단체에게 얕잡혀 보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말이 아닌 행동과 결과로 보여드리겠다"라는 신념으로 그간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가진 생각과 속마음을 진솔하게 공유 해 드릴 때에, 서울 드랙 퍼레이드가 오해를 걷어내고 더 많은 분들께 참여의 문을 열어드릴 수 있으며, 또한 저희가 필요로 하는 지지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하에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적어 본 글이 저희의 목표와 진심을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분들께 전달하였기를 바라봅니다. 저희 조직위는 남은 기간 동안 계속해서 매일 매일 깨어있는 거의 모든 시간을 투자하여 다가오는 5 26, 성공적인 행사를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미 부스참여 및 퍼레이드 참가를 약속해 주시고 후원금과 물품 기부를 통해 지지와 연대를 보여주신 많은 단체와 개인 분들께는 한번 더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5 26일 토요일, 서울 드랙 퍼레이드의 문은 혐오세력을 제외한 모든 이에게 열려있습니다.

2018 5 10일 잠 못 이루는 밤의 새벽 2.
서울 드랙 퍼레이드 조직위원회 드림.

사진
(왼쪽 위) 드랙을 하고 시위 중인 조직위원장 히지 양
(왼쪽 아래) 운영감독 알리 자후
(오른쪽 위)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시위 중인 조직위원장 히지 양
(오른쪽 아래) 서울 드랙 퍼레이드 로고